백면서생 일대기

백면서생 일대기 완결

<백면서생 일대기> 아버지를 해친 자가 누구이던 간에 나 곽자의의 손으로 죽음을 안겨줄 것이다!

곽자의는 단검을 그대로 책상 위에 꽂았다. 핑! 하며 단검이 떨려오는 진동이 곽자의의 내부에 감동, 흥분 그리고 두려움과 원한이 교차된 어떤 답답한 파문을 만들었다.
왠지 아버지의 새로운 모습을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도저히 마음이 떨려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게다가 복수하겠다는 열의는 한층 더 깊어져 지금 당장이라도 무공수련법을 익히고 싶을 정도였다. 아마도 종연의 거처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 것은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라고 곽자의는 스스로의 행동에 그럴싸한 사유를 붙였다.
선뜻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밖에 서 있는 곽자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문을 두드리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었던 것이다. 몇 번 헛기침을 하며 만약 그녀가 잠들어 있지 않다면 그 소리를 듣고 나와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종연이 나왔다.

"아, 종연 소저. 밤이 야심한데 아직 안 자고 있었소? "
말하면서도 자신이 매우 뻔뻔스럽다고 곽자의는 생각했다.

"곽공자,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세요? "

"답답해서 바람 좀 쐬던 중이었소."

"아, 운기조식 한다던 걸 방해한 건……?"

"그건 아까 끝냈어요. 대꾸하며 종연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
곽자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매우 기쁘긴 한데 막상 야심한 밤에 나눌 만한 대화가 떠오르지 않아 헛기침을 했다.

"여름밤엔 모기가 많은데 물리진 않았소?"

"괜찮아요. 아까 가솔 한 분이 오셔서 약초를 한 줌 태워놓고 가셨어요. 그 향내가 아직도 방안에 퍼져 있어요."

"그렇군요! 그… 그렇담… 쉬시구려!"
연실 헛기침을 하며 사라지는 곽자의의 표정에는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대화를 나누고 싶어 잠 못 자고 이곳까지 달려와서는 결국 그냥 돌아서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종연의 표정에도 어떤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습기가 어려 있는 여름밤의 공기가 붉어진 얼굴에 닿았다.

"아, 저……!"
그녀의 음성이 너무 작아서 듣지 못했는지 여전히 그의 몸은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곽공자."
그녀는 용기를 내어 큰 소리로 그를 불렀다.

"왜… 왜 그러시오?"
곽자의는 황급히 돌아섰다.
사라졌던 빛이 갑자기 그의 얼굴에서 퍼지는 듯했다.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뭘 그런 걸… 모름지기 의를 아는 사내라면 누구나 당연히 그러했을 겁니다."
되려 쑥스러워 하는 그의 얼굴 위로 종연의 다정한 눈빛이 닿았다.

"아뇨. 남을 위해 아무런 사심도 없이 목숨을 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어요. 의와 협을 중시하는 강호인들도 위기 앞에선 공자처럼 초연하지 못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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