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

파우 완결

<파우> 호남성(湖南省)의 무량산(無量山)에는 무량검문(無量劍門)이 있다. 이십 육 년 전 벌어진 변방대란(邊方大亂)을 평정한 천지 이자검(天地二紫劍) 중에 한 사람인 지자검(地紫劍) 유다성(柳多星)이 문주로 있는 거대 문파이다. 그리고 무량검문에는 운외(雲巍)라는 골치 아픈 존재가 있다. 이제 열 여섯 살에 불과한 소년 운외!

그럼에도 무량검문의 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녀석은 화약덩어리다. 사고뭉치이지만 그에게는 감히 경시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일례로, 소림사의 유명한 고승이 언젠가 무량검문을 방문해 녀석에게 불법을 설파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무슨 괴변인가? 무량검문은 분명히 도가(道家)의 일맥으로 도가의 사상을 실천하는 단체일진대 놀랍게도 이 열 여섯 살 짜리 소년이 소림사의 유명한 고승보다 불법을 더 잘 알고 있던 것이다. 깜짝 놀라 연유를 묻는 소림사의 고승에게 녀석이 한 말이 가관이다.

"불법도 자연의 이치에 바탕을 둔 것, 제가 무량산에 있으니 자연의 이치를 아는 것은 극히 당연하지 않은가요?"
"자연의 이치가 무엇이더냐?"

운외가 이제는 시들어 바람에 날리는 두견화의 꽃잎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생로병사(生老病死)의 법칙을 알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따름으로써 스스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경지에 드는 것이지요!"
"아미타불! 무위자연이라 함은?"

그 말에 운외는 조용히 노승을 보고 말하기를,

"스님이 승이 된 운명을 따른 것이고, 제가 검을 들게 된 운명을 따른 것이지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소림사의 고승을 향해 녀석이 아미타불하고 불호를 외우고 돌아 선 것은 너무도 유명한 일화였다. 그러나 녀석의 진면목은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녀석은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아니 그가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고, 그를 본 소녀들에게 문제가 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얼굴도 그리 잘 생긴 것도 아니라는데 무량검문 인근의 모든 여아들이 그 녀석만 보면 자지러진다는 것이다.

마력이 담긴 눈빛이에요! 도무지 그 눈을 대하면 눈길을 돌릴 수 없어요. 제 친구들 중에 그 분의 초상화를 가슴에 품고 마음을 졸이는 아이들이 하나 둘이 아니에요. 아마 그 분을 위해 목숨을 버릴 소녀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렇게 강남의 꽃다운 처녀들의 우상이 되어버린 운외!
말 한 마디가 황제의 조칙보다도 더한 위력을 보인다는 운외이건만, 지금 그가 심각한 고민에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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