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비도

환상비도 완결

<환상비도> <맛보기>

序章

밀서(密書). 어느 날, 어딘가에서, 누군가로부터 전해진 한 통의 밀서(密書). 지금부터 시작해야 되는 잔혹하고 비정(非情)한 이야기의 서(序)를 이 한 통의 밀서로 가름한다.

* * *

<제구신(第九信). 어렵사리 아홉 번째 서신을 보냅니다. 사부님들의 슬하를 떠난 지 이년(二年). 그 동안 불과 아홉 장의 서신밖에 보내지 못했습니다만 제자를 나무라시는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서신을 한 번 보낼 때마다 얼마나 큰 위험을 각오해야 하는지 익히 알고 계실 테니까요. ...... 中略 ...... 갈수록 자신이 없어집니다. 주체할 수 없는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지요. 밤마다 잠자리는 식은땀에 젖고, 시시각각 온몸을 눌러 오는 그 거대한 부피에 어느 때는 발작적으로 고함을 지릅니다. 화륭대천(華隆大天)! 화륭대천(華隆大天)! 화륭대천(華隆大天)! 머릿속을 온통 점령하고 있기에 더 이상 되뇌일 필요조차 없는 그 이름을 하루에도 수백 차례나 곱씹어 봅니다. 어떻게 해서 그토록 터무니 없이 거대한 힘의 결집체가 형성될 수 있었는지....... 한낱 민초(民草)들의 자위조직에서 출발한 화륭대천이 언제 그렇게 천하인들의 가슴에 위대한 이름으로 자리잡고, 나아가 천하 무림의 절대자(絶對者)요, 천하지주(天下之主)가 되어 있는 것인지....... 생각할 때마다 항상 불가사의하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나 사부님들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기적(奇蹟)은 결단코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필연(必然)이었습니다. 시대(時代)의 특수성과 그 시대와 부합된 한 인간의 출중함이 만들어낸 필연(必然) 말입니다.......>

* * *

오십년 전(五十年前). '武林'이라는 단어가 이 땅에 통용되기 시작한 무렵부터 간단(間斷)없이 되풀이 되어 왔던 정사(正邪)의 대결이 종식되는 사상 초유의 대이변(大異變)이 발생했다. 수천년 무림사를 통해 가장 강력한 힘을 배양한 백도무림(白道武林)이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기치 아래 흑도(黑道)로 통칭되는 사마외도(邪魔外道)를 철저히 짓밟고 뭉개버렸으니....... 구파일방과 비견되던 사파무림의 대문파들이 속속 멸문을 당하고, 내노라 하던 사파 무림의 거두(巨頭)들이 줄을 이어 척살되었으며, 그들의 비호 아래 있던 군소세력까지도 예외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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