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한> <맛보기>
국가(國家)에는 국가를 대표하는 상징이 있는 법! 중원무림에도 무림을 상징하는 상징물이 있다. 영웅은 가도 그들의 무공(武功)과 신병이기는 그 사람의 상징물로 남았다.
강호 무림의 초창기에 등장해 중원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착정검(鑿情劍)과 귀원비급(貴元秘 )!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사(少林寺)와 무당파(武當派)의 상징인 녹옥불장(綠玉佛丈)과 자반죽간(紫斑竹竿). 천하 마도인들이 앙복하는 마교(魔敎)의 전설적인 깃발인 혼천일 월기(昏天日月旗)! 중원을 폭풍처럼 휩쓸어 한 때 전 중원무림인들로 하여금 검(劍) 대신 창을 들게 했던 양가장(楊家莊)의 양가창(楊家槍)! 뿐인가? 중원 사대세가(四大世家)의 태두인 강남 남궁세가(南宮世家)의 남궁검(南宮劍)은 또 어떠한가? 아! 그 찬란한 명성들! 명칭을 듣기만 해도 맥박이 힘차게 뛰고 심장이 쿵쿵 울린다. 주먹이 부르르 떨리고, 귀에는 그 신병이기들이 내뿜는 웅혼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내라면 누구라도 그것들을 얻어 천하를 독보하고 싶을 것이다. 저 중원에 우뚝 서고 싶을 것이다.
녀석은 특이한 존재였다. 녀석은 수많은 신병이기 중에서도 특이한 위치였다. 루한(鏤漢)! 그런 이름을 지닌 녀석. 중원의 뭇 고수들은 루한을 최상의 반열에 올려놓고 중원의 혼으 로 숭상하고 있다. 녀석은 중원무림의 효시이지만, 감히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애 물단지이기도 하다! 수백 년 동안 깊은 잠에 빠진 게으름뱅이이며, 좀체 자신의 역량 을 드러내지 않는 소녀 같은 새침데기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루한은 아주 잘 생기고, 또 몸매도 매끈하기 이를 데 없이 잘 빠진 녀석이다.
기실 녀석은 한 자루 봉(棒)이다. 생명이 없는 무생물(無生物)임에도 불구하고 건방지게 주인을 고 르는 천하에서 가장 오만한 녀석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자신을 취하면 살신지화(殺身之禍)를 초래해 반드시 그 주인을 죽여 버리는 마물(魔物)이다.
첫 번째 주인과 결별한 후 다른 사람을 주인으로 섬기는 것을 거 부하며 억겁의 세월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녀석. 허나 세인들은 루한을 탓하지 않을 뿐더러 녀석이 내린 결정에 순응했다. 비밀석동!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