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혼귀사> <맛보기>
무겁게 가라앉은 하늘은 제 가슴을 착! 찢으며 칼날 같은 눈을 흩뿌렸다.
휘이이이잉……! 살을 에이는 듯한 매서운 한풍(寒風)이 눈보라를 동반한 채 황량한 벌판을 휘몰아쳤다. 벌판은 금세 눈 속에 파묻혔다. 이따금씩 사냥꾼이 지나갈만도 하건만 무심하게도 이곳에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눈밭에 조금씩이나마 자취를 남기는 것은 희미한 짐승의 발자국과 매섭게 벌판을 할퀴고 지나가는 무심한 한 풍 뿐이었다. 눈보라와 함께 하루해를 넘길 무렵이었다. 두두두두두! 벌판 저 멀리에 자욱한 설무(雪霧)가 흙먼지처럼 일었다. 설무를 일으킨 것은 한 마리의 말이었다. 말의 색깔은 휘 몰아치는 눈보라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흑마(黑馬)였다. 먼길을 달려온 듯 지쳐 보였으나 잘 다듬어진 갈기와 잔 털 하나 없는 것으로 보아 한눈에 보더라도 준마(駿馬)임을 느끼게 해준다. 말 위에는 한 명의 소년이 타고 있었다. 말과 함께 먼길을 달려 초췌한 듯 보이지만 산악처럼 굳 강하게 뻗은 코와 선 굵은 검미, 다부진 입술 등은 소년의 모습을 한결 돋보이게 하며 어딘지 모르게 범상치 않은 모 습마저 느끼게 한다. 말은 계속해서 눈보라를 가르며 질풍처럼 치달렸다.
그렇게 얼마 정도 달렸을까? 멀리 눈 속에 파묻혀 있는 작은 움막이 소년의 동공을 파 고들었다.
"이럇!"
움막을 발견한 소년은 말의 엉덩이를 채찍으로 갈기며 더 욱 박차를 가했다. 움막이 점점 가까워졌을 때, 소년의 눈은 그리움과 반가 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나직한 음성이 다부진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왔다.
"어머니!"
그러나 말이 움막 앞에서 투레질을 하며 멈추고 발이 눈 밭을 찍었을 때까지 그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움막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건……?"
문을 열고 들어선 소년은 경악성을 토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찢겨져 흩어져 있는 옷가지, 그리고 바닥을 적신 채 고여 있는 핏물, 깨진 그릇들과 박살난 탁자! 소년이 미약한 숨소리를 들고 고개를 돌린 것은 바로 그 때였다.
"어머니!"
소년은 혼비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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