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스의 관 [선공개][외전 추가]

릴리스의 관

황제 예거라트의 사랑을 독차지해 온
제국의 하나뿐인 황녀, 릴리스 반 모라 아테라.
하지만 실상은 황제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인형에 불과했다.
죽음을 앞둔 순간,
“당신은, 당신의 무지 때문에 죽는 겁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애정을 쏟던 이들의 다정한 이면에 숨겨진 진의를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적국의 왕자, 바이마르 갈바르와 혼인하기 전으로.
사랑하는 예거라트, 사랑하는 유모.
그리 생각했던 릴리스 반 모라 아테라는 죽었다.
이번 생에서는 결코 허망하게 죽지 않으리라 다짐한 릴리스는
예거라트가 배척하길 바라던, 바이마르와의 관계부터 개선시키고자 결심한다.
그러나 죄책감의 비중이 컸던 처음과는 다르게
점점 그와 마음을 나누게 되는데…….
***
“……반입니다.”
불쑥 튀어나온 말끝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바이마르가 3초 전의 자신을 책하는 사이 릴리스는 제 귀를 의심하다 조심스레 되물었다.
“예?”
“……반이라 불렸습니다.”
이미 꺼낸 말이니 아닌 척 무를 수도 없었다.
바이마르는 한 손으로 얼굴을 넉넉하게 덮어 가렸다.
뱉고 나니 부끄러워 시선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릴리스는 입 속으로 몇 번 그 이름을 읊어 보다 마침내 밖으로 소리를 뱉었다.
“반.”
커다란 몸이 움찔 떨렸다.
“반.”
다시 부르자 이번에는 귀 끝이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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