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섰나 싶은 순간 이미 루드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매서운 빛을 뿜으며 시선을 잡아챘다. 그의 시선에 화인이 찍힌 듯 뜨거운 열기가 밀려들어 차라리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거미줄에 걸려 다가오는 거미를 마주한 곤충처럼 성큼 다가오는 공포에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스스로 생각도 행동도 할 필요가 없어. 오직 내가 생각하라 명한 것, 내가 행동하라 허락한 것만을 할 수 있다. 그게 그늘의 존재 이유다.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이 아름다운 육신도 다 내 것이란 말이지. 여기에 너의 것은 없다. 내가 만지면 만져지고, 내가 안으면 안기는 존재, 그게 너다.”
리아의 목으로 얼굴을 내린 루드가 혀로 팔딱팔딱 뛰는 리아의 맥을 지그시 쓸어내리며 압박했다. 언제든 내 날카로운 이빨이 너를 꿰뚫고 망가트릴 수 있다는 듯.
“마, 말도 안 돼요.”
온몸을 집어삼킨 공포에 반항의 의지조차 꺾여버린 리아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었다.
“아직 가르칠 것이 많군. 이 밤 내내 똑똑히 알려주지. 네 존재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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