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의 시중을 들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언제 시중을 들라 했느냐. 당돌하구나.”
“원치 않으시면 내쳐주소서.”
“……후작의 짓이군.”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지는 왕의 소리에 주먹 쥔 다리우스의 손등에 핏줄이 돋았다. 치욕스럽기 그지없었다. 비록 왕위에서 뒤쳐진 소국의 왕자기는 했으나 그 역시 왕족이거늘, 한 여자의 노리개로 전략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왕이 다리우스의 턱을 잡고 그로 하여금 눈을 마주하게 했다.
“몇 살이냐.”
“스물입니다.”
“피부가 여인과 같구나.”
왕의 눈빛이 무거워졌다.
“여자를 아느냐.”
“……잘 알지 못합니다.”
딱딱하게 굳은 남자의 턱을 매만지던 왕이 코웃음 치며 그의 섬세한 목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흔치 않은 남자다. 그런 남자에게 날 세기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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