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약해 보이는 몸집에 시키는 것마다 실수투성이인 녀석.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이를 내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주인님, 주인님, 하고 부르는 목소리가 듣기 좋다. 햇빛이 없는 극야에서도 씩씩하게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다. 심장이 없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그런데 난 어째서 그랬던 것일까?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 네게 큰 잘못을 저지르다니…….
“절 짓밟으시려거든 제대로 하시는 게 좋을 것입니다. 그편이 제게도 나을 것 같으니까요. 그래야만 주인님을 향해 오래도록 품었던 어리석은 호감과 쓸데없는 존경심도 단번에 꺾어져 나갈 테니 말입니다. 수침을 드는 계집에게는 언제든 뜻에 따라 열어 드릴 몸만 있으면 되니까요.”
연약한 미물인 인간이 악신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조롱이자 겁박.
그것을 듣는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고 잇새가 악물렸다는 걸, 넌 모르겠지.
주인님, 주인님. 낭랑하고 맑은 목소리로 날 부르던 앳된 음성.
깨끗하게 빛나는 눈동자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날다람쥐처럼 뛰듯이 걷는 발걸음 소리.
눈송이처럼 새하얗고 뽀얬던 미소.
다시 한 번, 그것을 내게 들려주고 보여주지 않으련?
나의 아이야. 어여쁜 아이야.
밝게 빛나는 달에 함께 가까워지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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