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루프물입니다.
기와 마나같은 보편적인 설정을 대체하는 특이한 마기와 같은 설정이 흥미롭구요.

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한 루프에서 기승전결을 확실하게 낸다는 겁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모든 행동을 자신의 의지로 하고, 동료들은 매력적이고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지만 그들이 주인공의 행동을 유도하거나 통제하지 않습니다.

초반 주인공의 스승이자 동료 역할을 하는 마이닐이 한쪽 눈을 잃게 된 이유가 후반에 등장하는데 멋진 묘사였습니다.

주인공에 몰입감을 줄 수 있는 묘사가 좀 부족한 편입니다. 초반엔 분명 루프에서 벗어나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는 목적이 있었으나 중반부턴 그 목표가 희미해지고,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거부하고 이 세계에 남게 됩니다.

점점 더 주인공의 목표는 지구에서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오래 살아온 '시안'의 운명을 쥐고 뒤흔드는 존재들에 대한 반항과 동료,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세상의 안전을 목표로 하기 시작하는데, 이 부분의 묘사가 부족해 조금 갑작스러웠습니다.

글의 분위기는 각 루프마다 조금씩 다른 편입니다.
그래서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는 반면에, 조금 지루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특히 사막편)

작가분이 후기에 언급하셨듯이 중반에 글이 나아갈 방향을 확실하게 하지 못하고 헤맸다고 하셨는데 그 여파라고 생각합니다.

떡밥 전개와 회수는 훌륭합니다. 일단 제목을 초중반까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훌륭한 떡밥이었고,
간간이 언급되는 '늙지 않는 남자의 몸' 을 저는 주인공의 미래의 봉인된 모습이고 최종보스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예측은 틀렸지만 그래도 떡밥들을 상당히 뿌려 뒷내용을 생각해 보는게 즐거웠습니다.

초반에 스쳐지나가듯 등장한 인물과 사건들 모두 제대로 종착을 지었고, 의미 없는 전개라고 생각한 것도 이후의 루프를 염두에 둔 훌륭한 빌드업이었네요.

글은 전체적으로 흐흡이 긴 편입니다. 루프별로 한 에피소드를 진행한다고 봤을 때 에피소드동안 쉬어가는 파트 없이 쭉 달립니다.

글의 초반, 첫 루프를 제외하면 쉼 없이 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리만족이나 자극적인 요소들이 많이 배제된 편이고, 트렌드와 좀 다르다고 할 수 있죠.

작가가 개인적인 발언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외면당했었던 것 같음

초반은 정말 재밌었다. 흥미로운 도입부 부터 사망회귀 하며 진행되는 모험 및 추리물 느낌을 받았다. 게임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감각
문제는 중반부터 글이 지루해지더니 후반부에 폼이 급격하게 하락한다.

초반부에는 모험, 추리, 조사 등을 통해 얻어낸 꽤나 귀중하게 얻어낸 정보가 있다. 이 정보를 토대로 다른 떡밥을 계속해서 찾아내어 연결고리를 쫓는 느낌이였다
근데 중반부터 아무래도 좋아지더니 후반부엔 아예 의미가 없어진다.
의미가 없어진다는 말은 소설이 후반으로 가면 신성, 시간, 죽음, 등의 관념적인 싸움을 하게되어 '아니 그럼 지금까지 해오던건 뭐임?' 싶은 느낌이다. 독특하고 풍부하게 천천히 풀어내던 세계의 비의가 그냥 관념적 설정딸용에 불과하다니...
다시 말하지만 초반은 재밌게 잘썼다. 그치만 결말 부근에 이르러서 지금껏 뿌려놓은 떡밥을 회수하지 못할것 같으니 그 떡밥들이 아무래도 좋은 사소한 것들로 치부되어 버려지고 결국 진행하는게 관념적 전투가 된 것이 너무나 괘씸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