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인연 [외전 추가]

시절인연

“만날 사람은 꼭 다시 만나게 된다.”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밖에 없다. 
태풍과 연이 그랬다. 다섯 번의 환생에서 번번이 애달프게 끝나버렸던 두 사람의 인연은 운명의 장난처럼 기어코 마지막 환생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환생한 이들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니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미를 죽이고 태어난 남자 강태풍은 태어난 사주에 살기가 가득 찬 탓에 늘 목숨이 위태롭다. 살기 위한 비책으로 그의 조부는 손자 옆에 그의 살기를 받아줄 여자를 데려다 놓는다. 하지만 매번 그 여자들은 하나 같이 반년을 버티지 못하고 시름시름 병을 앓거나 사고가 나서 집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태풍이 열 살 무렵 그와 태어난 년, 월, 시까지 모두 딱 들어맞는 여자아이가 들어왔다. 
그녀의 이름은 ‘연이. 성이 없이 그냥 연이라고만 불렀다. 맑은 큰 눈을 한 여자아이는 그늘이 없이 무척 예뻤다. 하지만 태풍은 그 여자아이도 자신 때문에 곧 병이 나서 집을 나갈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녀는 다른 여자아이들과는 달랐다. 
반년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5년, 10년이 지나 태풍이 성인이 될 때까지도 그녀는 집을 떠나지 않았다. 더 신기한 건 그녀가 집을 떠나지 않는 동안 태풍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흔하게 걸렸던 감기도 걸리지 않았고 작은 사고조차도 없었다. 그러는 사이 그녀는 더 아름답고 예뻐졌다. 태풍은 그런 그녀를 볼 때마다 커지는 욕망과 함께 불안해졌다. 그래서 그녀를 평생 옆에 붙잡아 두기 위해 잘못된 방법을 선택하고 만다. 
과연 매번 어긋나기만 했던 두 사람의 인연은 이번 생에서는 이뤄질 수 있을까? 
기회는 이번 생 딱 한 번뿐. 
그들의 마지막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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