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여대생 수정은 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뛰지만 어머니의 수술비를 감당하지 못해 수술날짜를 미루고 있는 처지였다. 그때 수정 앞에 나타난 아버지의 부인 곽여사. 배다른 언니 대신 UK그룹의 후계자인 강준석과 결혼을 해주면 엄마의 수술비를 대주겠다는 말에 수정은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아내가 되기로 결심한다. *** 동그랗게 몸을 만 채 잠든 수정이 보였다. 비어 있는 와인 병을 보자 준석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팔자 좋네.” 서른을 넘기면서부터는 여자를 보고 설레는 일은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수정은 제 취향도 아니었다. 그런데 술에 취해 무방비 상태로 잠든 얼굴이 느닷없이 말초 신경을 자극하다니! 뜻밖의 반전이었다. 살짝 벌어진 수정의 입술은 부풀어 오른 듯 도톰했다. 립스틱도 바르지 않은 입술이 저토록 붉은 빛을 띨 수 있는 걸까. 준석은 저도 모르게 수정의 입술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도톰한 입술을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자 탱글탱글하고 촉촉한 감촉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가만히 보니 수정의 몸이 경직된 것이 느껴졌다. 모르는 척 웃음을 참느라 준석의 입 꼬리가 소리 없이 올라갔다. 준석은 장난기가 솟구쳤다. 단번에 수정을 안아 올렸다.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자 깜짝 놀란 수정은 비명과 함께 침대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너무 다급하게 뛰쳐나가는 바람에 침대 아래로 떨어질 뻔한 수정의 몸을 준석은 재빨리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뭐, 뭐 하는 거예요?”“당신이야말로 지금 뭐 하는 거지? 설마 날 치한 취급하는 건가? 이거 하나는 분명히 하자고. 우린 부부고, 난 당신 남편이야. 이제 고작 며칠 지났을 뿐인데 우리가 결혼했다는 사실을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준석의 말을 듣고 있던 수정은 그제야 현실 파악이 됐다. 수정이 이 집에서 사는 건 준석과 결혼했기 때문이었고, 이 침대에서 같이 자는 게 당연한 건 준석이 제 남편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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