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력을 다해 탈고한 시나리오를 앞에 두고 천년필름의 진종한 대표가 팔짱을 낀 채 눈싸움이라도 하는지 오랫동안 노려보고 있다. 준호의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온다.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또다시 제작사 리스트에서 천년필름의 이름 위에 줄을 긋고 다른 곳을 찾아야 한다.
‘내 영혼을 이 시나리오에 갈아 넣었는데…….’
진 대표의 장고하는 모습을 보니 불안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
“이 감독…….”
그의 시선이 준호를 향했다.
“예?”
“해봅시다.”
덤덤한 말이 준호에게 비현실적으로 들려왔다. 귓가가 멍멍했고, 슈퍼슬로우로 진 대표의 모습이 느리게 재생되는 듯 보였다.
‘나도 이제 영화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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