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서는 '예쁜 집, 그 남자'의 15세 개정판입니다.]엄마와 함께 단둘이 펜션을 운영하는 22세 소녀 이혜라. 여름이 시작되려는 어느 날, 그 펜션에 수상한 두 남자가 장기숙박을 등록한다. 대체 뭐 하는 분들이세요?-본문 중에서-“여기가 ㅇ… 큼. 예쁜 집 펜션 픽업차량 맞습니까?”사랑스러움의 극치를 달리는 촌스러운 펜션 이름을 어지간히 말하기 어색했던 듯 한차례 잠긴 목소리를 풀고 물어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내가 찾은 그 충분한 그늘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었다. 황급히 고개를 드는데 키가 너무 커서 햇빛의 역광으로 얼굴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결국 나는 손차양을 한 채 따가운 눈을 반쯤 감으며 겨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네. 예약한 분들 맞으시죠? 두 시에 오신다고.”“사정이 있어 조금 늦었습니다.”“어쩔 수 없죠. 짐은 트렁크에 넣으시면 돼요. 열려 있거든요. 뒷좌석에 앉으시면 되구요.”그리고 마치 군인처럼 깔끔한 걸음걸이를 가진 그 사람은 척척 걸어가 옆에 세워뒀던 검고 큰 캐리어를 트렁크에 넣는다. 사람 한 명은 족히 들어가고도 남을 듯한 공항용 캐리어에 압도당해 있는 사이 문까지 닫고 돌아선 그는 카니발 뒤에 탑승했다. 꽤 큰 차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190은 될 듯한 커다란 키여서 마치 종이학을 접듯 구겨져 들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일행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따라 탄다.커플이 아니었네.뭐랄까, 여행 분위기라기엔 앞서 온 커플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의 페어다. 20대 후반이나 서른 즈음으로 보이는 묵직한 분위기의 남자와, 그 뒤를 따르는 어리기만 한 청년. 뭐 솔직히 남자끼리 여행을 오는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렇게까지 극명한 분위기의 사람들은 드물다.‘무엇보다 인상 쓰고 이런 커플 펜션 예약하지 말라고!’나는 앞좌석에 타서 잔뜩 기분이 업 된 커플과, 뒷자리에 앉아 묵묵히 아무 대화도 하지 않고 서로 다른 쪽의 창밖만 노려보는 페어에 숨이 막힐 듯한 기분을 느끼며 운전해야 했다. 10분쯤 뒤, 펜션에 도착했을 때는 결국 선명하게 핸들 자국이 남아버린 손바닥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오늘도, 여전히 날씨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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