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도서는 <에스프레시보(espressivo)>의 15세 개정판임을 알려드립니다.건하는 일련의 사건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세상과 등진 채, 자신이 정해놓은 범주 안의 사람들과 반려견 모르와 함께 조용하고 한적한 바닷가 마을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조용히 살아간다. 건하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도현. 첫 만남에서 도현은 건하의 속 모습을 알아챈다. 그리고 도현은 건하에게 접근한다. 도현의 첫인상부터 달갑지 않았던 건하는 도현과 최대한 얽히지 않으려고 하는데…….***건하의 본 모습을 보겠다고 지금까지 건하를 따라다니면서 슬그머니 도발한 것은 맞았다. 그렇지만 조금 전 자신이 했던 말 어느 부분이 건하의 기분을 나쁘게 한 건지 도저히 파악할 수가 없었다. 짧은 사이에 건하는 몸을 틀어 모르와 함께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누구 하나 자신에게 이렇게 화를 내게 한 적이 없는 도현으로서는 이 상황이 불안하게 다가왔다. 어떻게든 그에게 가서 화난 그 마음을 진정시켜줘야 한다는 충동에 휩싸였다.“형, 제 말은 나쁜 뜻이 아니었어요.”건하를 따라잡은 도현이 건하의 팔을 잡자, 건하가 재빠르게 도현의 손을 쳐냈다. 붉게 달아오른 건하의 표정이 더욱더 심하게 구겨져 있었다.“내 몸에 손대지 마. 그 역겨운 웃음도 재수 없으니까 꺼져.”***“내 잘못으로 시작된 건 아니었지만, 그 끝만큼은 내 잘못이었어.”덤덤하게 말을 이어가는 건하의 목소리에 도현이 자신의 손을 그 위에 올려놓으려다 멈췄다.“그래서 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가 없어. 더는 내가 포기할 수 있는 게 없거든.”건하가 슬픔에 젖은 얼굴로 아래에 앉아 있는 도현의 얼굴을 보았다. 도현은 건하가 하는 말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도현과 건하의 방향이 틀어진 그 관계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고, 건하는 그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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