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와 마주친 것은 딱 세 번이었다. 무더운 여름 시골 작은 슈퍼에서, 아무도 없는 한적한 공원 한가운데에서. 마지막으로 그가 차에 치이는 도로 앞에서.1년의 시간이 흐른 후, 얼결에 가게 된 그의 묘 앞에서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가 불만스럽게 눈을 찡그리며 물었다.“넌 누구야?”-평범한 대학생인 ‘정운’.1학년 첫 여름방학, 할머니의 슈퍼를 돕기 위해 내려간 시골구석에서 쓰러진 남자를 돕게 된다. 환한 금빛 머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기타를 치는, 꽃처럼 웃는 미소가 아름다운 ‘형’.그런 ‘형’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우연히 두 번의 만남이 더 이어지고, 마지막 만남에서 사고로 죽은 그의 무덤에 그 다음해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무덤 앞에서 처음 보는 낯선 남자를 마주친다. 훤칠한 키에,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칼, 그의 표정만큼이나 서늘한 검은 눈동자. ‘형’과 연인 사이였다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밝히는 황당한 남자.“네가 그 녀석 세 번 만났다고 했지? 그 이야기를 들려줘. 세 번 전부.”“그럼 저도 알려 주세요, 세 번.”“뭘?”“형이랑 만난 세 번 모두 이야기해 드릴 테니까, 아저씨도 형이랑 관련된 일 중 아무거나 세 번 이야기해 주세요.”충동적이었다. 세 번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말에, 자신에게도 이야기를 해 달라 한 것은. 그렇게 여섯 번의 이야기를 나누기로 한 계약이 성립되고, ‘정운’은 ‘치현’과의 만남을 이어간다.손끝이 아릴 정도로 추운 겨울. 이야기 속의 ‘형’을 알게 될수록, ‘정운’은 자신의 감정 역시 깨달아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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