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직장상사로 모셨지만 은하는 한 번도 그를 남자로 본 적이 없었다. 뛰어난 업무능력과 불같은 카리스마로 직원들을 벌벌 떨게 만드는 대영건설의 본부장, 강석규. 그는 그렇게 은하에게 감히 넘볼 수 없는 상대였다. 출장 차 머물렀던 일본에서 두 사람은 함께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조난사고를 당하게 된다. 산 정상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며 보낸 단 둘만의 밤. 저체온증에 걸려 두통에 시달리는 은하를 위해 얼음처럼 차갑던 남자가 뜨거운 가슴을 열며 다가온다.- 본문 중에서 -“아무래도 안 되겠어. 좀 불편하더라도 참아 보도록 해.” 뭘 참으라는 건지 몰라 멍한 얼굴로 누워 있던 은하는 그가 자신의 목에 팔베개를 한 뒤, 나머지 한 팔로 몸을 감싸 안자 놀라서 숨을 멈췄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체온이 더 떨어져서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어.” 은하는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그의 단단한 가슴과 남자다운 체향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힘들었다. 그런 긴장감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로 흔들림이 없을 것 같던 석규도 마찬가지였는지 그의 심장에서 들리는 박동 소리가 점차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은하는 숨을 죽이며 그대로 굳어 있었다. 본부장의 손이 은하의 턱을 들어 올려 그녀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도록 만들었다. 어쩔 수 없이 석규와 시선을 마주하게 된 은하는 그의 눈이 묘한 빛을 내뿜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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