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심장을 비집고 쩍쩍 균열을 만들며 흘러나오기 시작한 어떤 욕망 말이다. 대책도 없고, 경계도 없고, 그래서 가늠할 수조차 없는 그런 마음. 생전 처음 겪는 그 마음이 그는 일견 두렵기도 했다.- 사랑해.그 두려움 탓에 이효가 제 품 안에서 했던 그 웅얼거림을 모른 척했다. 그 뜨거운 고백을, 절절하던 마음을 받지 못한 척 숨겼다.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다른 건 차치하고서라도 그 떨리던 고백이 거짓이 아님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어린 치기로 잡지 못했다는 그 사실 때문에 더 악독하게 증오했었는지도 모른다. 네까짓 거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악다구니 썼었는지 모른다.그런데 이제 와 이런 식으로 밀려드는 기억들이 무슨 소용일까.갑작스러운 폭우에 투둑 터져 버리는 둑처럼 무수히 많은 기억들이 쏟아져 나온들 이제 와 어쩐단 말인가.- 어. 그러네.그렇게 담담해져 버린 너를 두고서.탁!쏟아지는 물줄기를 무기력하게 맞으며 그가 손바닥으로 욕실 벽을 내리치자 둔탁한 소리를 내며 물줄기가 흩어졌다.두려운 건 다른 게 아니었다.속속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기억이다.기억하고 있지 않았던 작은 것들까지 미친 듯이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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