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서는 <더 운명>의 15금 개정본입니다]몰락한 역적 집안의 자식, 이원권세가의 여식이자 의관청의 촉망받는 여의원, 김예원지체 높은 가문의 여식 예원과 사통한 죄로,고려를 떠나야 했던 원세월이 흘러 원은송나라 ‘의왕’이 되어, 여의원 예원 앞에 나타나는데……“그 머리.”예원은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아직 혼자인 것입니까?”“…….”언제나처럼 그가 알고 싶은 것이 먼저였다. 그가 궁금한 것이 우선이었다. 그가 중요하다고 하는 그것이 첫 번째였다. 그리고 망설임 없는 행동도 여전했다. 기다란 팔이 쑥 뻗어와 예원의 댕기를 손으로 부드럽게 감쌌다. 미처 대비하고 피할 사이도 없이 말이다.“어째서 아직까지 혼자인 것입니까?”그녀의 대답을 듣고자 한 질문이 아니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녀는 아직 미혼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었다. 원의 손이 온통 검기만 한 머리칼과 댕기를 꼬아 위로 올렸다. 귀족의 여인들이 혼인을 한 후에 올려 고정하는 머리 모양이었다. 그 바람에 볼품없던 검은 댕기가 풀려 바닥으로 나풀나풀 떨어졌다. 수치스러움에 양 볼이 붉게 물들고 말았다. 어찌 이렇게 무지막지한 자가 있단 말인가. 그와 그녀가 저지른 일로 인하여 이미 평생을 수절할 것을 다짐하였지만, 허나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이리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것은 참으로 무례하고 지독한 짓이 아닌가. 예원이 부끄러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빨간 입술을 하얀 이로 깨물었다.풍성한 까만 머리칼이 눈물을 흘리듯 하얀 얼굴과 목덜미로 흩어져 내려왔다. 마치 수년 전 그의 품에서 수줍게 달아올랐던 그때 그 모습처럼 말이다. 그의 두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저 때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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