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결혼해.”지언은 어안이 벙벙했다. 처음 보는 남자의 입에서 대뜸 결혼을 하자는 말이 나오다니.술집에서 일을 한다고 만만하게 본 건가. 아니면 제정신이 아니거나.그녀가 남자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무시를 하는 게 아니면 정신이 이상한 거라고 지언은 생각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여자를 가지기 위해서 아무렇게나 막 던지는 사람이거나.기분은 언짢았지만 그는 손님이었고 게다가 지언에겐 첫 손님이었다. 지언은 감정을 절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농담도 잘하시네요.”지언은 손님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최대한 부드럽게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남자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차갑고 건조했다.“난 농담 같은 거 안 해.”다시 정적이 흘렀다. 그에게 인사를 하고 옆에 앉아 술을 따라 주고 결혼을 하자는 이상한 농담을 듣기까지 지언이 살펴본 그의 첫 인상은 이랬다.척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슈트와 단정한 옷차림, 반듯한 이목구비와 자신감 넘치고 또박또박한 말투, 술집 여자 하나 꼬드기기 위해 결혼하자는 말을 막 던질 그런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그렇다면 왜?다시 의문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자 지언이 넌지시 물었다.“그냥 던진 말이 아니라면 제가 납득할 수 있도록 말해 주세요.”그가 다시 위스키 한 모금을 입술에 축이고는 내려놓았다. 온더록스 잔에 담긴 얼음을 빙글빙글 돌리며 그가 중얼거렸다.“윈윈이야.”[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