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과 이별한 아픔이 채 말끔히 지워지기도 전에다른 남자한테서 긴장을 느꼈던, 유일한 그때를 기억한다.그때의 그 야릇한 기분과 야한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그래서 그의 비서가 되었을 때, 그 긴장은 몇 배로 짙어졌다.“이럴 줄 알았다면 당신이 술을 마시게 놔두는 건데 그랬어.적어도 나한테 기대기는 했을 텐데.”“본부장님.”“내 다리가 어떤지 난 가르쳐 주지 않을 거야.당신이 계속 의심하고 헷갈려 하게 놔두도록 하지.그래야 틈틈이 당신이 날 생각할 테니까.”그는 어딘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사람 같았다. 흐릿하고 애매했다.마치, 걷어 내어선 안 되는 커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처럼.허리를 감아 오는 남자의 유혹은 온통 그녀를 휘저어 놓았다.다른 생각, 다른 순간이 끼어들 틈도 없이그가 세진의 입술에 제 입술을 겹치며 속삭였다.“오늘 밤, 나하고 있어.”그는 밤과 잘 어울렸다.어둠을 있는 그대로 모아서 적당히 버무린 남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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