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그렇게 마시면 곤란해요. 스크루 드라이버를 다른 이름으로 뭐라고 하는지 모르는 모양이에요?”“다른 이름이요? 스크루 바?”“큭, 레이디 킬러.”“에? 이렇게 달콤한데요?”“사악한 달콤함이죠. 함께 바에 간 남자가 여자에게 그걸 권하면 덮치겠다는 신호예요.”아, 그림이 말을 한다! 하진은 멀뚱히 그림, 아니 그분을 보고 있으면 심장이 죄어왔다. 그런 증상은 처음부터 그랬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듯한 외모, 미미하게 웃음을 짓는 것 같은 눈빛, 무엇보다도 단 한 번도 커피를 타 오라고 하지 않는 그 매너가 너무 좋았다.그분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하진은 꽃이, 아니 연기가 된 기분이었다. 아니 이분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혹시 나에게 관심이 있나? 착각할 정도로 그 달콤한 울림, 직접 듣지 않은 사람은 결코 그녀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리라. 중요한 것은 아마도 24층에서 근무하는 모든 여직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멀거니 서 있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캔 음료를 나눠 준 사람도 바로 그분이시다. 하진은 그 캔 음료를 가보로 물려줄 작정까지 했었다. 그걸 그녀의 사수 양 대리가 홀랑 까먹었을 때 양 대리의 목을 조르는 상상을 했더랬다.중요한 건, 그분이 자신에게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건물 모든 여자들이 욕망하는 그분 앞에서 하진은 세상에 둘도 없을 맹꽁이 짓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쭉.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