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꺼하자 [단독선공개]

내꺼하자

희망부서를 한가한 인사팀으로 적어 냈건만, 회장 비서실로 뚝 떨어진 안해인.후한 만큼 바라는 것도 많은 법이다.연봉 8천2백, 그 대가는 뭘까? 그것이 알고 싶다!여태 만난 사람을 모두 분류해도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을 신종 부류.하지 말아야 할 것은 왜 그리 많고, 과묵한 건 부전여전이다.차라리 창업주를 멀리서 보는 게 나았다.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데, 이렇게 가까이에 있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신의 실수임에 틀림없다. 필경 신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쩌다가 백승후라는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몰빵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다 가질 수는 없었다.어쨌거나 못 한다고 말해야 하는데, 뜬금없는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근무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과 성의를 다하겠습니다.”색청 증상을 가진 싱글대디, 백승후.이렇게 아름다운 파동을 온몸으로 뿜어내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파격적인 연봉을 제안하고 비서로 채용했다.파들파들 떨리는 그녀의 숨소리는 열정적인 색감이었다. 그녀에게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색감. 벗기는 옷에서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떠는 숨결, 간간이 새어 나오는 그녀의 신음 소리가 비처럼 내려 승후를 흠뻑 적셨다.그는 무한정 따스하게 감겨오는 그 비를 맞았다. 때론 붉고, 때론 소용돌이 쳤다. 그러다가 눈처럼 하얀 포말이 온 세상에 내렸다. 그 보들보들하고 매끄러운 소리의 향연에 온몸을 내 맡긴 채로 그는 난생처음 자신이 내지르는 욕망의 색채에 넋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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