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앞에서 꺼지라고, 이 개자식아.”6개월간의 사내 연애에 종지부를 찍던 날,시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과 조우했다.“윤 주임님은 생각보다 경계심이 없으시네요.”훤칠한 키에 표정이 없어 서늘해 보이는 인상.워낙 과묵해 가까이 두고 본 것도 드문 후배 직원, 민정우.“이봐요, 민정우 씨. 내가 우스워요?”“정말로 우습고 쉬워 보였다면그날 밤, 그 집에서, 그렇게 아무 짓도 안 하고 나오진 않았겠죠.”검게 일렁이는 눈동자, 더운 호흡, 의미심장한 말들.그는 더 이상 흔들리고 싶지 않은 그녀의 선 안으로 들어와복잡한 마음을 헤집고, 옭아맨다.“내가 아직도 믿을 만한 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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