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호를 보면 늘 두근거렸던 심장이 다른 의미로 방망이질 쳤다. 채수에게 수호는 지금껏 함부로 다가가지 못할 존재였고 어떤 빛나는 선 너머에 있는 존재였다. 자신이 선망하는 것을 이미 가진 존재이기도 하였고, 그래서 온당치 못한 대접을 받으면 자기가 먼저 가슴이 아팠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된 수호는 소진에게 완전히 속은 것도 아니었고 막연하게 예상했던 성격의 소유자인 것도 아니었다. 자신의 환상에서 현실로 걸어 나온 수호와 눈을 마주하고 있는 순간, 채수의 마음에 불쑥 뭔가가 치솟았다.여주 친구1이 여기서 깽판을 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그렇게까지 내 생각해 주는 줄 몰랐네.”말을 마친 채수는 수호의 어깨를 잡으며 그대로 발뒤꿈치를 들었다. 단박에 입술이 닿았다. 잠시 후 닿았던 입술이 떨어졌을 때, 수호의 손은 채수의 허리를 잡고 있었다.“너한테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는데.”수호에게서는 알싸하고 시원한 향기가 났다. 남성용 향수 중에서도 처음 맡아보는 냄새였다. 향수인지 아닌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수호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나도 여태 너에 대해서 몰랐는데 뭐.”채수의 대답에 수호의 입술이 씩 웃었다.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는 미소였다. 하지만 채수는 상관없었다. 이건 일종의 분풀이라는 생각이 언뜻 스칠 따름이었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