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닉

탐닉 완결

그는 내게 말했다. 자신은 떠날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는 걸.나는 호텔 바의 7년차 바텐더였고 그는 유명한 영화감독이었다. 우리 사이의 접점은 죽은 내 여동생밖에 없었다. -본문 중에서“나는 2년 전, 화영 씨의 동생과 함께 작업을 했던 영화감독입니다.”“…….”“……유고 작 말입니다.”“……탐닉 말이에요?”“압니까?”내가 가진 동생에 관한 가장 뚜렷한 기억은 소란한 사고 기사였다. 나는 그 사고에 대한 기사는 다 기억하고 있었다. 2년 전의 사고 당시에 동생은 ‘탐닉’이라는 영화의 주연을 맡고 있었다. 영화가 완성이 되었다면 동생에게는 첫 주연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알아요.”하지만 동생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아, 아는군요.”내가 동생의 작품을 안다는 게 남자를 기쁘게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남자가 기쁠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용건이 있어 오신 건가요?”손해배상 청구라도 하려는 건가? 의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건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 이 잘생긴 남자의 얼굴에다 내 잔고가 텅텅 빈 통장을 집어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남자는 고민이라도 하듯 말을 끌었다. 나는 남자의 선이 뚜렷한 입술에 시선과 신경을 곤두세웠다.‘키스를 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순간 미친 욕망의 화신 같은 생각이 멋대로 머리에 떠올랐다. 미숙 언니 때문이야. 나는 애꿎은 사람을 원망했다.“한 가지 제의를 하려는데.”“제의……요?”순식간에 온갖 제의들이 머릿속에 꽉 들어찼다. 하지만 남자가 말한 제의는 내 허무맹랑한 상상 속에 들어 있지 않은 것이었다. [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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