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러니까……내가 기억할 수 있는 동안에는 남자랑 만난 적도 없는데, 눈뜨니까 선우 씨가 있어서, 남편이 있다니까, 내가.”불퉁하게 중얼거리는 태희의 뺨은 그것이 마뜩찮다는 듯 부풀어 있었다. 선우는 종알거리다가 제풀에 꺾여 잦아든 태희를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저 여자가 내가 사랑하여 결혼한 끝에 아홉 달이 지난 여자인가. 그 순간에서야 선우는 절감했다. 태희의 사라진 기억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태희 혼자만이 아니라 자신까지 포함이었다는 것을.“첫 키스도 못했는데 남편이 있…….”했지만 잊어버렸으니 없었던 일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끝까지 이르려던 태희의 목소리는 중간에 끊어져 버렸다. 휘적휘적 다가온 선우가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서 도리어 피할 길이 없는 동작으로 입을 맞췄기 때문이다.[본 도서는 15세이용가에 맞게 수정&재편집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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