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 그 남자의 습관과스무 살 그 여자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슈즈(Shoes).“안녕하세요. 저는 신은아라고 합니다.”결국 인터폰 속의 여자아이는 그의 집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말간 미소를 지은 채로. 우진은 잔뜩 못마땅한 얼굴을 숨기지 않으며 바지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앉아요.”대충 턱짓으로 책상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최대한 이 면담에 성의를 들이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였지만, 심통이 날 정도로 여자아이는 무덤덤해보였다. 목도리를 푼 여자아이가 의자에 앉자마자 우진은 책상에 아무렇게나 엉덩이를 걸쳤다. 부스스해 보이는 머리칼과 아직 면도를 하지 않은 까칠한 턱수염. 이 정도면 역시나 성의가 없어 보이기에 충분하리라. “몇 살인지 물어봐도 됩니까?”“스무 살이요. 아, 아직 해가 바뀌지 않았으니까 열아홉이요. 하지만 석 달만 지나면 스무 살이 됩니다.”기함하시겠다. 아직 미성년이라니. “이런 일은 해 본 경험이나 있어요?”“음. 없습니다.”없으면 없는 거지 ‘음.’은 왜 갖다 붙이면서 얼버무리는 거냐.“하지만 제 살림실력을 보시면 놀라실 거예요. 정확하게 초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부터 살림에 손을 대기 시작했거든요. 엄마가 바빠지시면서 말이죠.”여자아이의 말은 단 한 번의 망설임이나 흔들림이 없이 또박또박 흘러나왔다. 게다가 모종의 당당함마저 느껴져 우진은 그때부터 신기한 물건을 관찰하는 얼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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