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아.”수마에 빠지던 나는 부르는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콧대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책이 미끄러져 발등을 내리쳤다. 하지만 정신이 번쩍 든 것은 그 통증 때문이 아니었다.뒤통수를 세게 때리는 할아버지의 말씀.“내 첫사랑 좀 찾아와라.”할머니는 ‘당신이 첫사랑이야.’라고 말한 걸 철석같이 믿었는데.할아버지는 계속해서 폭탄을 투하했다.“이름이 준이었지. 준. 네 이름을 거기서 따왔어.”이런. 미간에 힘이 들어간다.“성격이 대찼어. 용감했지.”궁금하지 않다.“같이 군에 있었어.”게다가 남자에.“옥진이도 나 말고 그 앨 먼저 좋아했어.”하긴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첫사랑이라고 한 적 없었다.“준이가 보고 싶다. 준이.”첫사랑이자 친구이자 생명의 은인이자 추억 그 자체인 준.일주일 후, 나는 그를 만났다.“준이에요?”준은 살아 있다면 할아버지만큼 나이가 들었을 것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건 사진 속의 준과 똑같은 모습이니 진짜 준은 아닐 거다. 잠깐 머리를 세게 맞은 것처럼 멍했다. 더위를 먹은 걸 수도 있다.“뭐라고? 주니어?”둘이 동시에 그의 하반신으로 눈이 갔다. 아뇨. 당신 그 똘똘이 말고.“준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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