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개정판]뜨겁다기보다는 차갑고, 매섭다기보다는 날카로웠다. 영민한 그 눈동자를 피하던 그녀의 눈에 예한의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그대로 꽂혔다. 차가운 눈빛과 달리 따스한 온기가 관능적인 부드러움으로 느껴졌다. 말랑한 붉은 빛이 감도는 입술이 탐났다. 어떤 느낌일까…….“키스할게요.”하연은 뱉은 말에 스스로 움찔했지만 취소하지 않았다. 뜻밖의 제안에 예한이 한쪽 눈썹을 높이 올렸다.“키스해 준다구요.”“입 다물라는 말이야?”“당신이 소리 지르겠다면 어쩌겠어요.”별거 아니라는 듯 하연은 지극히 사무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했다.“진짜?”“대신 키스는 없어요.”“그럼?”그의 다른 눈썹도 마저 올라갔다. 하연은 손가락으로 다정하게 문질러서 매섭게 올라간 그 눈썹을 내려주고 싶었다. 탐나는 입술부터 손길을 부르는 눈썹. 하연은 점점 예한에게 신체적으로 끌리는 자석같은 힘을 느꼈다. 위험한 일이었다. 괜히 키스를 제안했나……. 지금 불리한 건 그녀였다. 사람을 부르거나,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형진의 행적을 알아내거나. 어느 쪽이든 남자의 신경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물론 키스는 대가에요. 이 방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요.”“꽤 도발적인 제안인데?”먼저 도발한 게 누군데? 아닌 척 가증스럽게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한 대 때려 주고 싶었다. 모든 걸 마치 그녀가 제안하고 자극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었다. 나쁜 놈. 하연은 속으로 욕설을 중얼거리다가 흠칫했다. 이상하게 이 남자는 자신의 나쁜 점을 끌어내는 재주가 많았다.“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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