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기이할 정도로 동물들한테 인기가 많았던 예겸. 집 주변의 나무들에는 온갖 새들이 날아들어 집을 짓고, 손을 뻗으면 동네에서 제일 성질 더럽다는 개도 발딱 배를 까뒤집으며 꼬리를 풍차처럼 흔들어댄다.학교는 별의별 야생동물들이 다 모여드는 자연 생태공원이 되고, 수업 중에 창문으로 비둘기나 까치 따위가 돌진하는 건 예삿일이요, 수학여행으로 간 서울대공원에서는 전례에 없는 늑대 탈출사건으로 9시 뉴스에 얼굴을 디밀게 한다.주인 버리고 막무가내로 따라오는 개들 덕분에 개도둑으로 경찰서를 드나들기를 몇 번.당연한 듯이 수의학과를 추천하는 학교에 흐르는 뗏목처럼 떠밀려 무난하게 합격하고, 마침내 OT를 가던 날이었다.그저 밥을 먹고, 손을 흔드는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을 뿐이었다.현관문 바깥으로, 거대한 숲이 나타났다.유난히 솟은 나무뿌리 위에 맨발로 선 남자는 선명하고 사나운 눈매를 하고 노려본다.거친 회색 머리카락, 그 사이로 솟은 식육목 갯과 포유류의 귀. 맹수의 황금색 눈동자. 남자가 물었다.“너,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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