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형제를 위해 첩자가 되기를 자처한 레이린.그녀는 죽음을 예지할 수 있는 ‘빌어먹을’ 능력을 타고났다.그런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단 6개월.“에드윈 클로비스입니다.”“……처음 뵙겠습니다. 레이린 아제트리아입니다.”남자의 흑표범처럼 날카로운, 새파란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다.문득, 어떤 직감이 뇌리를 스쳤다.‘저 남자일까,’나를 죽일 사람.***당신이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함께 죽어줄 수 있어?”푸르른 어둠 속에서 레이린의 눈이 형형히 빛났다. 한밤중에 떠오른 태양 마냥 찬연한 황금빛.기묘한, 혹은 오싹한 그 눈을 마주보던 에드윈이 조용히 입을 달싹였다.“당신이 원한다면.”“…….”“언제든, 몇 번이든 죽어줄 수 있어.”레이린이 끝내 시린 비소를 흘렸다.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이 사람은 정말, 제 생각보다도 훨씬 미친 사람이었다. 미쳤다는 말 이외에 달리 떠오르는 단어가 없을 정도로.하지만 그녀는 제 발로 걸어 들어온 먹잇감을 놓아줄 만큼 선하지 않았다.흡사 인간을 나락에 빠뜨린 악마와도 같은 심정으로, 레이린이 낮게 중얼거렸다.“……안 물러줄 거야, 이거.”직후 두 입술이 격렬하게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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