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위해 오늘 이 자리에서 죽어라.”
요절할 사주를 타고난 소혜 공주의 군목숨으로 자라 온 몸종 초희.
반정이 일어나자 초희는 도망친 소혜 공주를 대신하여 죽을 위기에 처하고 만다.
그대로 서늘한 칼날에 댕강 목이 잘릴 줄 알았더니,
죽음 대신 찾아온 건 반정 공신과의 뜬금없는 혼례였다.
심지어 그녀의 지아비가 될 김처헌은 살인귀라 불릴 만큼 잔인무도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사내였는데…….
* * *
“소인은 말씀드린 대로 소혜 공주가 아니옵니다.”
금침 위에 등을 보이고 누운 사내를 향해 빌었다.
순간 사내가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곤 바짝 긴장했지만 고개를 숙여 입술을 깨물어 보지만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아무런 대꾸도 돌아오지 않았다.
슬쩍 고개를 들어 바라보려던 것뿐인데 순간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사내는 놀라기는커녕 재밌다는 듯이 비릿한 미소를 내지었다.
“나를 피하는 연유가 가당치도 않아 웃음만 나오는구나.”
내쉰 숨을 채 들이마시기도 전에 턱이 붙잡혔다.
“정령 그 말이 참이라면, 몸에 노비를 뜻하는 비(婢)자가 새겨져 있을 터. 내 벗겨보면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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