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귀는 건 분명 아니지.”“그러니까 말이야.”“하지만 완전히 다 오해는 아닌데.”“그러니까 말이… 뭐?”“어쨌든 난 그 정도는 널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완전히 오해인 건 아니지.”내내 이상한 동기애에 시달리던 윤서에게내내 넉살좋고 능글맞던 승준의 그 낯선 얼굴은완벽하게 새삼스러운 것이었다.말하자면, 그는 그녀와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사람이다.성격도 말투도 시선도 속도도, 무엇 하나 나란한 게 없었다.하지만 그가 이미 그녀에게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을윤서는 모르고 있었다.“참고로 나는 아주 느려. 불씨가 붙는 속도도, 발화하는 속도도. 가끔은 불이 붙고 있는 것도 모를 만큼.”마냥 밝게만 보이던 그의 또렷한 눈에이제는 낯익기 시작한 무게감이 담겼다.“이제 알았으니, 더는 게으름 피우고 있을 수 없겠지.”잔물결이 파도가 되어 덮쳐 온 건한순간이었다.* 본 도서는 2015년 출간된 <인터셉트>를 재출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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