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아버지가 결혼원정을 가서 데려온 여자였다.
사유가 태어난 지 두 달 후 어머니는 그녀를 두고 도망갔다.
아버지는 사유를 ‘팔백만 원’이라고 불렀다.
일곱 살 여름, 아버지는 사유를 이천만 원에 팔아넘겼다.
남는 장사였다.
처음 만난 천사처럼 어여쁜 소년, 한조는 그녀를 ‘벌레’라고 불렀다.
그리고 자신이 그녀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그 후 십이 년. 한조는 이제 사유를 ‘개’라고 부른다.
걷어차이고도 금세 일어나서 주인을 향해 꼬리를 치는 개처럼, 사유는 한조를 향해 웃게 되었다.
웃으면 웃을수록 마음속의 단단한 결정은 커져간다.
그러나 아직 그 결정이 녹을 ‘언젠가’는 멀고 먼 꿈같다.
그녀가 싫어하는 여름이란 계절로 가는 길목.
사유는 환한 햇살을 닮은 소년, 동화를 만났다.
처음으로 가슴에 누군가의 눈빛과 목소리를 담았다.
천천히 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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