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맑음 외전 [단행본]

비 온 뒤 맑음 외전

모든 여학생들이 기다리던 복학생이 돌아왔다. 신입생 환영회 때 잠깐 얼굴을 보여주고 사라져 버렸던 꽃미남 선배. 조별과제에서 그와 같은 조가 된 지민은 수줍어 그의 얼굴조차 똑바로 쳐다보기가 힘이 드는데....
  자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예쁜 친구 유림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는데도 석준은 그런 유림에게는 관심조차 없고 대신 지민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유림이 빛이라면 자신은 늘 그림자였던지라 지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석준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 본문 중에서 - 
“죄송해요.”
“뭐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고개를 들자 저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석준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가 보였다. 석준은 생각보다 더 많이 화가 난 모양이었다. 
“제가 안 가도 될 줄 알았어요. 어차피 별로 도움도 안 될 거 같아서...”
  지민의 말을 들은 석준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내가 지금 그거 때문에 이러는 거 같아?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야? 왜 사람을 피해?”
“그... 그런 거 아니에요....”
“너 내가 싫어?”
  꼬이고 꼬인 매듭을 단 번에 잘라내 버리듯 석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다. 
“아...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내 주제에 무슨....
“근데 왜 자꾸 도망가? 내가 한 발 다가가면 넌 두 발 도망가더라. 무슨 술래잡기도 아니고.”
“제... 제가... 언제요?” 
  지민은 일단 오리발을 내밀었다. 지민이 자꾸만 제 시선을 피하자 석준의 눈동자가 의혹으로 짙어졌다. 
“너 혹시... 여자 좋아해?”
  너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지민은 하마터면 웃어버릴 뻔했다. 많이 마시긴 많이 마신 모양이었다. 석준이 개그를 다 하다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지민의 팔을 붙잡고 있던 석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강하게 팔을 붙드는 손아귀의 힘에 놀라 고개를 드는 순간 입술에 낯선 감촉이 느껴졌다. 거친 숨결과 함께 다가온 석준의 얼굴이 코 앞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지민은 본능적으로 눈을 꽈악 감았다. 따듯하면서도 물컹한 입술의 감촉에 놀라 지민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여자 좋아하는 건 아니네. 그런 거 아니면 그냥 그 자리에 좀 있지? 자꾸 도망가지 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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