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남자가 말했다. “처음 보는 순간 아, 이 여자랑 결혼이라는 걸 하겠구나, 했어요.”숙취로 누워 엄마 이모 동생을 차례로 부르며 나 물 좀 가져다 달라고 외치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집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고음질의 음악과 낯선 사람들의 말소리, 그리고 후각을 자극하는 향긋한 커피 향…….미모로 소문이 자자한 이모의 카페였다.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일어나 주방을 향해 달렸다. 카페 소파에 쓰레기처럼 널브러져 있던 사람이 나라고는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거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카운터로 나갔는데, 단 5분도 지나지 않아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 남자가 있었다.“여기가 잠이 잘 오나 봐요?”“네?”“꽤 잘 주무시더라고요.”피식, 소리와 함께 남자의 입술 끝이 스윽 올라갔다 내려왔다. 처음 보는 이 남자가 방금 나를 비웃었다. 심지어 남자는 더럽게 섹시하고 잘생기기까지 했다. “덕분에 즐거웠어요.”싱긋, 눈웃음을 지으며 남자가 카페 문을 열고 나갔다.세상은 내가 제일 만만한가 보다. 어제는 6년의 짝사랑을 끝내더니 오늘은 개망신을 아침부터 선물했다. - 그렇게 퇴사, 실연, 흑역사 생성까지 겹친 그날. 최악의 순간. 그녀에게 사랑이 찾아왔다.
평균 3.5 (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