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야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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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은효공주를 모시고 와.”한려왕의 그림자, 오로지 한려의 왕을 위해 살아온 남자, 여주민.한려왕과 같은 어머니를 두었지만 그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황제국의 적통공주, 예여령.“어찌 제가 감히 마마를 똑바로 마주 서서 알현하겠나이까.”“그만두십시오. 원래대로 돌아와 주세요. 부탁입니다, 아니, 명입니다.”“그럼…….”갑자기 주민이 방금 전까지 굽실거리던 사람답지 않게 똑바로 섰다. 그러더니 여령의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그러더니 여령의 코앞에 서서는 그녀를 빤히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그의 태도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기에, 여령은 이 사람이 방금까지 감히 저와 마주 설 수 없다고 극구 머리를 조아리던 이가 맞나 의심스러울 지경이었다. 혹시 또 자신을 놀린 건가 싶어 고개를 살짝 꺾는데, 주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그럼…….”잠깐, 목소리가 왜 이리 가까운 걸까. 새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민의 얼굴이 너무나 가깝다. 말을 뱉은 입술이, 호흡하는 코가, 그리고 유난히 그윽한 눈이, 저 깊은 눈이, 지나치게 가깝다. “공주로 대하지 않아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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