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XX [단행본]

그 XX 완결

‘딱 3개월만 제가 원할 때 저랑 자는 거예요.’
술에 취해 벌어진 최악의 실수였다. 지향이 자신을 좋아하는 건 잘 알고 있었다. 때때로 시선이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제게 고백 같은 건 전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태하가 볼 때 지향은 연약했고, 또한 소심했다.
그랬기에 3개월 전 지향이 했던 제안은 태하에게서 충격 그 자체였다.
‘싫다고 한다면?’
‘제 입이 얼마나 가벼운지 이번 기회에 아시게 되겠네요.’
그렇게 시작된 관계였다. 
“그동안 고생했어요.”
붙잡을 생각도 없이 지향의 뒷모습을 보면서 오늘 지향이 내밀었던 넥타이를 거칠게 풀고는 답답한지 잔에 남은 와인을 들이켰다.
약속에 늦는 것도, 이 관계를 끝내는 것도, 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것도 늘 자신 쪽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반대가 되어버렸다.
기분이 이상하게.
“개같네.”
자신을 장난감 취급했다는 점 때문인지, 아니면 먼저 선수를 쳤다는 점 때문인지, 어느 점 때문인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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