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듬히 숙인 얼굴이 다시 눈앞에 가까워지자 놀란 작은 손이 그의 입술을 막았다.이리저리 사방을 돌아다닌 눈동자가 제자리로 돌아왔다.“좀 밖에선 얌전하면 안 돼?”“얌전해지면 내일 혼인 신고하러 갈 거야?”“어? 갑자기?”태평하게 묻는 말에 이태의 표정이 한껏 구겨졌다.자세를 바로잡으며 내는 목소리가 제법 컸다.“갑자기? 갑자기라는 말이 나와? 혼인 신고 이야기 꺼내고 벌써 3주가 넘게 지났는데? 원래대로면 이미 법적으로 도장 찍고 인주까지 다 마른 상태여야 한다고.”분기탱천한 그의 말이 길어질수록 지윤의 미소도 얼굴 가득 번져갔다.“가자.”“어딜.”심통 난 목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옮기는 지윤이다.한 발자국. 두 발자국. 세 발자국. 멈춰 선 몸이 뒤로 돌아섰다.여전히 벤치에 앉아 있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집에 가자.”“술 마시자.”“갑자기?”“그놈의 갑자기! …내가 진짜 혼인 신고서 가져다가 너 잘 때 몰래 지장 찍어 버릴 수도 있어. 조심해. 이건 진심이야, 모지윤.”“집에 가서 빨리 자야 내일 아침이 오지.”그녀가 뱉은 말의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 그는 여전히 심란한 표정으로 다가와 마주 섰다.“아침이 와야 지장 찍으러 갈 수 있잖아.”“ …어디 찍을 건데.”“혼인 신고서. 싫어? 싫으면 말고.”휙 돌아서려던 어깨가 그대로 그의 손아귀에 잡혔다.사르르 녹아버릴 것처럼 바라보는 시선에 지윤은 입술을 모아 쭉 내밀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쪽쪽거리며 입을 맞춘 그는 어깨를 감싸 안으며 긴 다리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면서도 낮게 속삭이는 말로 매를 버는 이태다.“나 지금 너 사랑스러워 죽을 것 같은데 한 번만 하고 자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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