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36(일일삼삼육)

11336(일일삼삼육) 완결

비 오는 밤에 머리 풀고 나타났을 땐 귀신인 줄 알았고,기척 없이 숨어 다니는 걸 보면 현상 수배범인가 싶었다.아, 또 잠깐은 낮도깨비 같기도 했고.“매정하긴. 우리 사이에.”“우리 사이라니.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고용인과 피고용인?”“단기 계약이니 끝난 거 아닌가?”“이웃.”“이웃은 무슨. 며칠이나 살다 갈 거라고.”“그럼 그냥…… 쉽게 믿어지는 사이라고 해.”언제부턴가 소리 소문 없이 옆집에 스며든 여자는솜털처럼 가벼웠던 내 마음을 비집고자신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새겨 넣기 시작했다.그렇게 천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는지도 모르게.“나 어린애 아니야. 발정 난 개새끼지.”“진짜 개새끼가 되면, 뭐가 어떻게 되는데?”나는 이미 파도에 휩쓸려 가고 있었다.어쩌면 그녀가 처음 내 눈앞에 나타난, 그 순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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