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에 걸린 아내를 위해 주정공 최각은 나무집을 지었다. 아내를 구하기 위한 그의 온갖 노력은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그의 연모를 간직한 나무집은 백여 년을 굳건히 지켜져 왔고, 후대에 이르러 불운한 천재 송정에게 이어진다.
하얀 피부를 가져 도깨비라 불린 송정은, 그 뛰어난 재주로 외모의 한계를 뛰어넘어 불세출의 기재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그를 세상으로 불러낸 이는 송정의 누이동생 송옥이었다. 버림받고 상처 입은 천재의 영혼에 각인된 아름다운 누이는 결코 상처받아서는 안 되는 존재였다. 송정은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지만, 그것은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이 되고 만다.
송정의 동생, 송명. 장자로 태어난 줄 알았으나 어느 순간 차자로 밀린 불운한 청년. 더구나 그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흠잡을 곳 없는 천재에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누이동생의 마음마저 앗아 간 친형이었으니! 송명은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고,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짐으로써 파멸의 길을 내달리는데…….
『나무집 이야기』에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위인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선의 사대부 가문의 생활이 꼼꼼한 고증 속에서 재현된다. 또한 이수민 작가의 아름다운 문장은 이 저주받은 세계의 이야기를 아침 햇살에 빛나는 유리알처럼 맑고 투명하게 보여 주며, 특히 진흙탕에서 피는 연꽃처럼 솟아오르는 연모의 이미지를 그려 낼 때 한층 더 그윽해진다.
이처럼 치밀한 고증과 아름다운 문장의 결합은 소설의 깊이를 더하고 독자로 하여금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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