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헌과 마주 대할 때마다, 그를 바라볼 때마다, 자꾸만 마음 속에 지은만의 세헌이 그려진다. 그 따뜻한 눈빛과 미소를 볼 때마다 자꾸 이 사람이 내 남자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버린다. 그 깔끔한 목선을 두른 빳빳한 화이트 컬러의 셔츠도, 센스있게 골라서 하고 다니는 넥타이도, 든든한 어깨를 감싸고 로맨틱하게 흘러내린 스카프도...... 자꾸, 예전부터 생각했던 멋진 왕자님이 환생한 듯 착각 속에 빠져들게 되어서 지은은 혼란스러웠다. 톡톡. 가시 같은 소릴 하며 서로 신경전을 벌일 때도, 어쩌다 한번 나오는 그의 진실한 눈빛 속에서 그녀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세헌이 그녀에게 매너있게 대할 때마다,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웃을 때마다 자꾸만 그를 조금씩 더 좋아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괴로웠다. 이렇게....마지막엔 언젠가. 그녀의 환상을 깨버리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그는 그저 호감 가는 외모를 가진, 바람끼가 다분하고 장난기에 느끼함까지 골고루 갖춘. 그저 매너좋은 남자일 뿐이라고. 그런 현실이, 무참히 지은의 환상을 두드려 깨버린다. 어두운 암실에 빛이 들어온 순간,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품에 안았던 그의 가슴팍을 기억한다. 정신없이 흐느껴 울던 지은의 차가운 얼굴에, 입술을 갖다대던 그 자상함을.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안쓰러워하던 그 표정을 기억한다. 정말 기분 좋은 향을 풍기던 옐로우빛 머그잔을 내밀던 세헌의 하얗고 긴 손가락을 기억한다. 설거지를 하며 콧노래를 부르던. 그 듬직한 뒷모습을. 지은의 머리와 가슴은 너무나도 절절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어쩌다 그 남자를 이렇게 생각하게 되어버린 거야!] 이불을 뒤집어쓰고 뒤척이다가 곧 잠이 들어 버렸다. 이대로 내일이 올 때까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런 꿈도 꾸지 않은 채 그냥 잠들어 있는 거라면 좋을 텐데. [그가 미워] 하고 지은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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