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보다 화려한 날개가 돋아나는 그의 어깨를
세상의 편견에 사로잡힌 그땐 보지 못했다.
‘오트 쿠튀르’로 전신을 도배하진 않더라도
판검사나 의사가 되어 유명세를 떨칠 녀석이었다.
만취해 버린 묘령의 중년 여인을 업고 있는 이 남자가,
샛노란 머리칼의 이 앞집 양아치가 결코 그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봐, 나 기억 안 나? 나는 너 아는데.”
아무리 부정해 봐도 틀림없는 그의 목소리였다.
연합고사 전국 1등 하던 살아 있는 우상이,
다가가지 못할 정도로 눈부시던 고교 시절의 첫사랑이
세상 누구보다 삶에 지친 눈빛을 쏘아 보내며
내 마음속 깊은 곳의 판타지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손기열…… 왜 이렇게 엉망으로 망가진 거야.”
“망가져? 내가?”
“너는, 적어도 너는 그대로여야 했던 거 아니야?”
뜻 모를 냉소를 지으며 그는 사라졌으나
머지않아 그가 좇는 꿈을 이해하게 된 순간
환상처럼 쏟아지는 그의 푸른빛에 난 눈이 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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