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열매를 삼키다

금단의 열매를 삼키다

성무율은 밤바다 같은 남자였다.
서늘하고 어두우면서도, 묘하게 빨려드는 사람.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열매의 가슴엔 욕심이 멍울졌다.
허공에 머문 그의 눈길이 제게 닿길. 그 신비로운 눈동자가 저를 향하길.
그래서, 답지 않게도 먼저 다가가고 시선을 주었는데.
“유열매 넌, 나한테 불청객이야.”
“불청객이요?”
“말했지. 네가 이런 식으로 친절을 베풀면 난 오해를 하게 돼.”
저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무율이 던진 말은
참으로 잔인하면서도, 희한하리만치 달콤했다.
“불편하길 바란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나를 들뜨게 하지.”
그 순간 그가 말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그동안 충분히 주의를 줬던 것 같으니 더는 안 해도 되겠지.”
 
찡그린 제 눈가를 관망하던 그의 눈빛이 탁해짐과 동시에
입술 위로 거친 숨결이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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