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소리치는 소리에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떴을 때는 앞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시꺼먼 매캐한 연기가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비틀거리며 일어나 손을 더듬거리며 걷다가 방문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를 불이 집안에 번져 있었다. 나는 어떻게든 빠져나가 보려고 발을 떼어 내 한발 내디디려고 했다. 거기까지가 내 마지막 의식이었다.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가 욕하던 ‘비밀의 화원’의 릴리아나가 되어 있었다.릴리아나는 화형으로 불타서 죽고 나도 불타서 죽고. 아니지, 나는 연기에 질식해서 죽은 건지 불에 타 죽은 건지는 모르지. 뭐 이래나 저래나 내 죽음의 원인이 불이라는 건 변하지 않겠지만. * * *벌어진 입안으로 따뜻하고 말랑한 것이 들어와 제 혀를 옭아매는 뜨거운 입맞춤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한 번 더 하고 싶다.”그가 떨어지자 몽롱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원한다면.”응? 내가 지금 뭐라고 한 거지? 뭘 하고 싶다고? 미쳤어! 미쳤어!웃음기가 묻어 나오는 대답을 듣고 그의 얼굴이 가까워지자 정신을 차린 그녀가 그를 밀어내며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정신 차려, 릴리아나. 이건 아니야. 아니라고.[일러스트 : 돼지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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