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사기

나 홀로 머무는 이 작은 공간 안에 마치 나 말고 다른 무언가가 가득 들어 차있는 듯한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머릴 휘젓고 조금이라도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음료진열대로가선 자연강장제 한 병을 움켜쥐었다.
그게 시발점이었을까? 강장제를 잡은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분명 내 몸과 정신엔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마치 겉으론 문제없는 컴퓨터의 마우스가 멈춘 것처럼 난 그 자리에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서늘한 공기의 흐름이 등골을 타고 흘러갔다.
식은땀이 더욱 체온을 떨어뜨렸고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난 눈도 깜빡일 수 없었다.
“아니야, 아니야…….”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나마 이 적막의 최고점을 치닫는 실내의 위압감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 소리와 자기 최면에 힘입어 난 빌어먹을 한기의 근원지로 몸을 옮길 수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정신을 가다듬을 땐 이미 창고의 내부였다.
 ‘내가 왜 이러지? 여긴 왜 들어 왔지?’
여러 가지 잡념이 스쳐지나가자 내 몸을 휘감아 도는 이상한 징후도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았다.
두어 번 심호흡을 하고 전등의 스위치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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