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언제나와 같이 눈을 감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날은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았다. 늘 많은 영상들이 뒤엉켜 어지럽고 복잡하기만한 꿈속을 헤매던 나였지만 그날은 이상하게도 단 한 장면의 영상도 머릿속을 스쳐가지 않았다.
그래, 그래서 더욱 개운하게 눈을 뜬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날은 유난히 가벼운 몸을 느끼며 눈을 떴다.
해야 할 일들을 하나, 둘 떠올리며 그렇게 눈을 떴었던 것 같다. 눈을 뜨는 순간까지도 몸은 여전히 가벼웠다. 정말 이상하리만치 가벼웠다.
하지만 눈을 뜬 내 앞에 자리한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세상은 더 이상 가볍지가 않았다. 깜깜한 눈앞의 멈춰버린 세상은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닌 것 마냥 나를 반기지 않았다.
단 하루 만에 바뀌어버린 세상, 여전히 살아있는 내 앞에 멈춰버린 시간.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분명 많은 것이 변했다.
나는 그 속에서 누구도 느끼지 못할 고독을 느끼며, 더없이 깊은 슬픔을 느끼며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곧이어 빛이 내 몸을 덮치는 순간, 세상의 시계가 1초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시계는 0초,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로.
그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세계의 소음들, 시끄러운 소음들이 내 두 귀를 괴롭혔다.
수군수군, 나를 향한 눈길과 소음.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보는 사람들. 그래, 나는 여전히 암흑 속을 헤매고 있었다.
세계의 초침이 바쁘게 움직이는 지금도 나의 시계는 그대로,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그리고 그렇게 나의 세계가 멈춰버린 그날, 나는 괴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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