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마친 것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2월 5일 새벽이었다.
단편이든 장편이든 소설을 탈고하고 나면 항상 그렇듯이 정서적인 충만을 느낀다. 의식은 극도로 첨예화되어 예민해져 있고 인식이 달군 쇠같이 번쩍일 때, 피곤한 것과 관계없이 잠이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는 작가도 있다는데, 필자는 울지는 않았지만 한밤에 밖으로 나가 눈덮인 법주사 경내를 서성거렸다.
불빛에 비친 밤의 사찰은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 예술인가를 증명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순백으로 반짝이는 하얀눈과 은행나무와 신라 때 지었다는 팔상전 건물과 검은산이 있었다. 야성적인 희열을 느끼게 하는 위대한 자연이었다. 그때 필자는 소설 속에서 죽어간 여대생 민지영을 생각했고, 그녀를 사랑한 네 명의 남자를 생각했다. 죽음을 생각하고 인생을 생각했다.
이 소설은 추리의 기법으로 쓰여진 본격 추리소설이다.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사랑과 삶과 죽음의 명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 독자와 함께 해답을 찾고자 하는 작의가 있었다.
이 소설에서는 범인이 잡히지 않고 누구라는 지적이 없이 끝난다. 그것은 독자가 찾아주기 바란다. 분명히 여러 곳에 복선을 넣어 범인이 누구라는 것을 필자는 밝힌 것으로 생각된다.
끝으로 집필의 편의를 제공해 주신 법주사 주지 유월탄(柳月誕) 스님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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