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과장 공천식이 실종된 것을 안 것은 그 이튿날 점심 때였다. 입사 때부터 라이벌이었던 조일수는 겉으로는 공천식과 가장 가까운 동료처럼 보였다. 함께 입사해서 공천식은 벌써 과장이 되었는데 조일수는 아직 평사원으로 기획실에서 검수업무를 맡고 있었다. 조일수의 속마음은 열등의식과 공천식에 대한 은근한 시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한 조일수에게 공과장의 마누라가 점심 때 찾아왔었다. "더 예뻐지셨군요. 근데 오늘은 웬일입니까? 공형 제쳐놓고 날 다 찾아오고요." 조일수가 회사에서 근 1킬로나 떨어진 카페에서 공천식의 아내와 마주앉았다. 이 회사는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외딴 곳에 있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다방이나 카페는 1킬로쯤 가야 있었다. 조일수는 공천식의 아내로부터 불안한 듯한 목소리의 전화를 받고 카페로 나왔다. 두 사람은 함께 간단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운 뒤 차를 주문했다. 입사초기 때부터 여사원 한 사람을 두고 경쟁을 벌이다 마침내 공천식이 차지한 문귀자가 바로 이 여자였다. 말하자면 조일수는 오랫만에 삼각관계였던 여인을 만난 것이다. "우리 그이 어젯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았걸랑요." 문귀자는 한참 뜸을 들인 뒤 이 말을 꺼냈다. 과거 남편의 라이벌에게 그들 부부의 약점을 보이고 싶지 않은 심정 때문에 이야기 꺼내는 것을 0망설였던 모양이다. "아니, 공형 같은 가정 모범생이 집에 안들어가다니, 이거 무슨 얘깁니까?" 조일수가 너스레를 떨었다. "혹시 어제 회사에서 무슨 일 없었나요?" 문귀자는 다소 불안한 눈으로 조일수를 건너다보았다. "무슨 일이라뇨?" "사원집에 초상이 났다든가……." 그래서 조일수는 무슨 뜻인지를 깨달았다. "아, 공형이야 술을 좋아하니까, 서로 어울려서 한잔 하고 어디서 뻗어있을 겁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게 아니에요. 그이는 한 시간만 퇴근이 늦어도 꼭 집에 전화를 하거든요. 근데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는 걸 보면……." "그랬어요?" 조일수는 그 이야기를 듣자 어제 일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어제 오후 자재검수 관계로 여러 차례 공천식의 자리에 전화를 했으나 연결되지않았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